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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
1930년대

귀촉도

오장환 · 1930년대
파촉(巴蜀)으로 가는 길은 서역 삼만 리. 뜸부기 울음 우는 논두렁의 어둔 밤에서 갈라래비 날려 보는 외방 젊은이, 가슴에 깃든 꿈은 나래 접고 기다리는가. 흙먼지 자욱이 이는 장거리에 허리끈 끄르고, 대님 끄르고, 끝끝내 옷고름 떼고, 어두컴컴한 방구석에 혼자 앉아서 창(窓) 너머 뜨는 달, 상현달 바라다보면 물결은 이랑 이랑 먼 바다의 향기를 품고, 파촉(巴蜀)의 인주(印朱)빛 노을은, 차차로, 더워지는 눈시울 안에 - 풀섶마다 소해자(小孩子)의 관(棺)들이 널려 있는 되놈의 땅에는, 너를 기다리는 일금 칠십 원(一金七十圓)의 월급(쌀러리)과 조그만 스툴(STOOL)이 하나 집을 떠나고, 권속마저 뿌리치고, 장안 술 하룻밤에 마시려 해도 그것은 안 되지요, 그것은 안 되지요. 파촉(巴蜀)으로 가는 길은 서역 하늘 밑. 둘러보는 네 웃음은 용천병(病)의 꽃 피는 울음 굳이 서서 웃는 검은 하늘에 아직도, 날지 않는 너의 꿈은 새벽별 모양, 아 새벽별 모양, 반짝일 수 있는 것일까.

주석

귀촉도(歸蜀途) 촉(蜀)으로 돌아가는 길. 촉나라 망제의 넋이 깃들었다는 두견새(소쩍새)를 가리키며, 못 이룬 한과 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을 상징함.

파촉(巴蜀) 지금의 중국 사천 지방. 험준하고 먼 변방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아득한 땅을 뜻함.

서역(西域) 중국 서쪽의 먼 이방 지역. '삼만 리'와 어울려 아득한 거리를 강조함.

갈라래비 갈잎(풀잎)을 말아 부는 풀피리. '갈잎피리'를 가리키는 방언적 표현.

소해자(小孩子) 어린아이를 뜻하는 한자어.

용천병(病) 한센병(문둥병)을 속되게 이르던 말.

장안(長安) 본디 중국 옛 도읍이나, 여기서는 번화한 서울(도회지)을 비유함.

심상·해설

서역 삼만 리 파촉으로 가는 아득한 길 위, 타향 젊은이가 갈잎피리를 불며 돌아가지 못하는 한을 삭이고, 인주빛 노을과 상현달 아래 날지 못하는 새벽별 같은 꿈을 떠올리는 애절한 장면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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