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내 나라 오 사랑하는 내 나라
- 씩씩한 사나이 박진동의 영 앞에
내 나라 오 사랑하는 내 나라야
강도만이 복 받는
이처럼 아름다운 세월 속에서
파출소를 지날 때마다
선뜩한 가슴
나는 오며 가며 그냥 지냈다.
너는 보았느냐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랴는 이들이
아 살기 띄운 얼골에
장총을 들고 선 것을 ......
그들은 장총을 들었다.
그리고
그 총 속엔 탄환이 들었다.
파출소 앞에는
스물네 시간
그저 쉬지 않고
파출소만 지키는
군정청의 경찰관!
어디다 쏘느냐.
오 어디다 쏘느냐!
이것만이 애타는 우리의 가슴일 때
총소리는 대답하였다.
- 여기는 삼청동이다.
죄없는 학병의 가슴 속이다.
그리하야 죽어가는 학병들도 대답하였다.
- 우리 학병 우리 동무 만세!
조선인민공화국 만세!
내 나라 오 사랑하는 내 나라야,
강도만이 복 받는
이처럼 화려한 세월 속에서
아 우리는 어찌하랴
우리는 어찌하랴
우리의 원수를 우리의 형제와 우리의 동무 속에 찾어야하느냐.
주석
박진동(朴晋東) 해방 직후 학병동맹 사건 등에서 희생된 학병 출신 청년으로 추정됨. 시는 그의 넋을 기림.
군정청(軍政廳) 1945~1948년 남한을 통치한 미군정의 행정기구. 그 휘하의 경찰을 가리킴.
삼청동(三淸洞) 서울 종로구의 동네. 1946년 학병동맹원들이 경찰의 총격으로 희생된 곳.
학병(學兵) 일제 말기 학도지원병으로 끌려갔다가 해방 후 청년운동에 참여한 학생 출신 병사.
조선인민공화국 1945년 9월 좌익 주도로 선포된 정부 형태. 미군정이 인정하지 않음.
영(靈) 죽은 이의 넋·혼령.
심상·해설
해방된 조국에서 동족의 총에 쓰러지는 학병의 비극을 향해 절규하듯, 원수를 형제와 동무 속에서 찾아야 하는 비통한 현실이 격렬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