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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1930년대

병실

오장환 · 1930년대
양어장 속에서 갓 들어온 금붕어 어항이 무척은 신기한 모양이구나. 병상의 검온계는 오늘도 삼십구도를 오르내리고 느릿느릿한 맥박과 같이 유리 항아리로 피어오르는 물방울 금붕어는 아득─한 꿈길을 모조리 먹어버린다. 먼지에 끄으른 초상과 마주 대하야 그림자를 잃은 청자의 화병이 하나 오늘도 시든 카네이션의 꽃다발을 뱉어버렸다. 유현한 꽃 향기를 입에 물고도 충충한 먼지와 회색의 기억밖에는 이그러지고도 파리한 얼굴. 금붕어는 지금도 어느 꿈길을 따르는가요 책갈피에는 청춘이 접히어 있고 창밖으론 포도 알들이 한데 몰리어 파르르 떱니다.

주석

검온계(檢溫計) 체온계. 몸의 온도를 재는 기구.

청자(靑磁) 푸른 빛깔의 고려청자 계통 도자기.

유현(幽玄)한 이치나 정취가 헤아릴 수 없이 깊고 그윽한.

충충한 물이나 빛이 맑지 못하고 흐릿하며 축축한.

이그러지고 '이지러지고'의 옛 표기. 한쪽이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심상·해설

39도를 오르내리는 병실에서 어항 속 금붕어가 꿈길을 삼키고, 시든 카네이션과 파리한 얼굴 너머 창밖 포도알이 파르르 떠는 정밀하고 쓸쓸한 정물화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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