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밤의 노래
깊은 밤중에 들려오는 소리는
시냇물 소리만인가 했더니,
어두운 골짜기
노루 우는 소리.
또 가차운 산발에 꿩이 우는 소리.
그런가 하면
두견이의, 소쩍새의, 쭉쭉새의,
신음하듯 들려오는 울음소리
아, 저 약하디약한 미물들이,
또 온 하로를 쫓겨다니다
깊은 밤 잠자리를 얻어
저리도 우는 것인가.
아니, 저것이 오늘 하루를 더 살았다는
안타까운 울음소린가.
피곤한 마음은 나조차
불을 죽이고 어둠 속에 누웠다.
깊은 밤중에 들려오는 소리는
시냇물 소리만인가 했더니
잠결에도 편안하지 못하고
흐느껴 우는 소리 ......
이처럼 약하디약한 무리는
아, 짧은 하룻밤의 안식도 있지는 못한가
외저운 마음은 나조차
불까지, 아 이 적은 불빛이 무엇이겠느냐.
차라리 어둠으로 인하야 가벼워지는 마음이여!
만상은 모도가 잠들었나 했더니
먼 발의 노루며
아 소쩍새, 쭉쭉새, 또 두견이
그러나 이들이 운다는 것은 나의 생각뿐이고
그들은 어려운 하로하로를, 무사히 살었다는 즐거움에서 ......
참으로 들거움에서 부르는 노래라 하면 ......
나의 설움이여! 아니 나의 마음이여!
너는 어찌 하느냐.
주석
산발(山-) 산기슭, 산자락. '산발치'의 준말.
쭉쭉새 울음소리를 본떠 부른 새 이름. 흔히 호랑지빠귀 등 밤에 우는 새를 가리킴.
미물(微物) 보잘것없이 작은 생물.
만상(萬象) 우주에 있는 온갖 사물과 현상.
외저운 '외로운'의 방언·옛 표기.
심상·해설
깊은 밤 골짜기에서 노루와 소쩍새가 울고, 그 울음을 설움으로 듣다가 어쩌면 살아남은 즐거움의 노래일지 모른다 헤아리는 화자의 외로운 명상이 어둠 속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