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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에게 주는 시
1930년대

강도에게 주는 시

오장환 · 1930년대
어슥한 밤거리에서 나는 강도(强盜)를 만났다. 그리고 나는 웃었다. 빈 주머니에서 돈 이 원(二圓)을 끄내 든 내가 어째서 울어야 하느냐. 어째서 떨어야 되느냐. 강도도 어이가 없어 나의 뺨을 갈겼다. —이 지질이 못난 자식아 이같이 돈 흔한 세상에 어째서 이밖에 없느냐. 오— 세상(世上)의 착한 사나이, 착한 여자야. 너는 보았느냐. 단지 시(詩)밖에 모르는 병(病)든 사내가 삼동(三冬) 추위에 헐벗고 떨면서 시(詩) 한 수(首) 이백 원(二百圓) 그 때문에도 마구 써내는 이 시(詩)를 읽어 보느냐.

주석

삼동(三冬) 겨울 석 달, 곧 한겨울을 이르는 말.

이 원(二圓)·이백 원(二百圓) 당시의 화폐 단위. 가진 돈 이 원과 시 한 편의 원고료 이백 원을 대비해 가난을 부각함.

심상·해설

어두운 밤거리에서 강도조차 어이없어 뺨을 칠 만큼 빈털터리인 시인이, 한겨울 헐벗고 떨며 원고료를 위해 시를 써내는 자신을 쓴웃음으로 돌아보는 자조적인 장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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