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성벽
세세전대만년성(世世傳代萬年盛)하리라는 성벽은 편협한 야심처럼 검고 빽빽하거니.
그러나 보수(保守)는 진보를 허락치 않아 뜨거운 물 끼얹고 고춧가루 뿌리던 성벽은 오래인 휴식에 인제는 이끼와 등넝쿨이 서로 엉키어 면도 않은 턱어리처럼 지저분하도다.
주석
세세전대만년성(世世傳代萬年盛) 대대로 전하여 만 년토록 번성한다는 뜻. 성벽이 영원히 굳건하기를 바라는 봉건적 염원을 비꼬는 표현.
보수(保守) 옛것을 지키려는 태도. 여기서는 진보를 가로막는 낡은 질서를 가리킴.
턱어리 '턱'을 낮잡아 이르는 말.
심상·해설
이끼와 등넝쿨이 엉겨 붙어 면도하지 않은 턱처럼 지저분해진 낡은 성벽이, 진보를 막아선 완고한 옛 질서의 흉물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