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독초
썩어문드러진 나무뿌리에서는 버섯들이 생겨난다. 썩은 나무뿌리의 냄새는 훗훗한 땅속에 묻히어 붉은 흙을 거멓게 살지워 놓는다. 버섯은 밤내어 이상한 빛깔을 내었다. 어두운 밤을 독한 색채는 성좌를 향하여 쏘아오른다. 혼란한 삿갓을 뒤집어쓴 가냘픈 버섯은 한자리에 무성히 솟아올라서 사념을 모르는 들쥐의 식욕을 쏘을게 한다. 진한 병균의 독기를 빨아들이어 자줏빛 빳빳하게 싸늘해지는 소동물들의 인광! 밤내어 밤내어 안개가 끼고 찬이슬 나려올 때면, 독한 풀에서는 요기의 광채가 피직, 피직 다 타버리려는 기름불처럼 튀어나오고. 어둠 속에 시신만이 겅충 서 있는 썩은 나무는 이상한 내음새를 몹시는 풍기며, 딱따구리는, 딱따구리는, 불길한 까마귀처럼 밤눈을 밝혀가지고 병든 나무의 뇌수를 쪼으고 있다. 쪼으고 있다.
주석
훗훗한 후텁지근하게 더운. 따뜻한 기운이 도는.
성좌(星座) 별자리.
사념(思念) 마음속의 여러 생각.
인광(燐光) 어둠 속에서 스스로 내는 푸른 빛. 인(燐)이 산화할 때 나는 빛.
요기(妖氣) 요사스럽고 괴이한 기운.
뇌수(腦髓) 골수, 곧 뇌. 머릿골.
심상·해설
썩은 나무뿌리에서 독버섯이 푸른 인광을 뿜고, 어둠 속 죽은 나무를 딱따구리가 까마귀처럼 쪼아 대는 음산하고 부패한 밤의 풍경이 섬뜩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