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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 허씨만
1930년대

척수 허씨만

정인보 · 1930년대
四, 척수 허씨만(戚嫂許氏挽) 一 불쌍한 아주머니 고생살이 몇몇해오 세식구 부부모녀 한분없이 어이살리 신교동 빈밭모롱이 발길차마 도실가 二 윤(潤)나는 질화로에 「인두」상기 꽂혔는데 반「사왼」① 잿불도 우는남편 옆이로다 가신이 느꺼운정을 「그려」볼듯 하여라 註 ①불이 다 타서 재가 된。 三 고생에 젖은일생 「경」이런듯 웃으셔도 천한양 비슷거려 「못거지」①란 모르셨네 「인조견」 저고리한감 원만하고 마셔라 註 ①모꼬지[讌集=여러 사람이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모이는 일]。 四 병있는 전실아들 「긔출」①이면 더위할가 뉘게나 착한마음 꾸밈없이 절로로다 우물길 들네는소리 「행장」②인줄 압내다 註 ①내가 낳은。②행적을 기록한 글。 五 홍천(洪川) 깊은산골 고향은 어드매뇨 풍상에 쌓인한을 저구름에 부치과저 떠가다 부모산소에 헤쳐준들 어떠리 六 반기는 시어머니 고맙다는 전실댁네 어머니 부르고닫는 긔출같은 아들볼제 이십년 가진고생도 값있는줄 아시리

주석

척수 허씨만(戚嫂許氏挽) 친척 형수인 허씨의 죽음을 애도하여 지은 만시(挽詩). '만(挽)'은 죽은 이를 애도하는 글을 뜻한다.

전실(前室) 남편의 전처(前妻). 여기서 '전실 아들'은 남편이 전처에게서 낳은 아들을 가리킨다.

긔출(己出) 자기가 낳은 자식. 친자식.

행장(行狀) 죽은 사람이 평생 살아온 행적을 적은 글.

인조견(人造絹) 사람이 만든 명주, 곧 인견. 진짜 비단보다 값싼 옷감으로, 검소한 살림을 나타낸다.

못거지 모꼬지. 여러 사람이 놀이나 잔치를 위하여 모이는 일.

심상·해설

평생 고생하면서도 잔치 한번 모르고 검소하게, 전처의 병든 아들까지 제 자식처럼 착하게 거두며 산 친척 형수의 죽음 앞에서, 인두 꽂힌 질화로와 사위어 가는 잿불 곁에 우는 남편의 모습이 애잔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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