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고향 앞에서
흙이 풀리는 냄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리를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냄새 ……
주석
양귀비 여기서는 양귀비 열매를 달인 물. 진통·해소용 민간 약으로 쓰였으며, 늙은이의 시름을 더하는 소재.
잔나비 원숭이의 옛말('잣나비').
예제로 여기저기로, 이곳저곳으로라는 뜻의 옛말.
상고(商賈) 장사. 또는 장사하는 사람(상인).
누룩을 디디다 술을 빚는 누룩을 만들려고 반죽을 밟아 다지는 일. 고향의 정겨운 일상을 환기함.
심상·해설
얼음장 풀리는 봄날 강 나루터에서 고향 앞을 맴도는 나그네가, 차마 들어가지 못한 채 누룩 디디는 소리와 그 냄새로 떠올리는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의 장면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