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고전
전당포(典當鋪)에 고물상(古物商)이 지저분하게 늘어선 골목에는 가로등(街路燈)도 켜지지는 않았다. 조금 높다란 포도(鋪道)도 깔리지는 않았다. 조금 말쑥한 집과 조금 허름한 집은 모조리 충충하여서 바짝바짝 친밀(親密)하게는 늘어서 있다. 구멍 뚫린 속내의(內衣)를 팔러 온 사람, 구멍 뚫린 속내의(內衣)를 사러 온 사람. 충충한 길목으로는 검은 망토를 두른 주정꾼이 비틀거리고, 인력거(人力車) 위에선 차(車)와 함께 이미 하반신(下半身)이 썩어 가는 기녀(妓女)들이 비단 냄새를 풍기며 가는 어깨를 흔들거렸다.
주석
고전(古典) 이 시의 제목.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모인 거리의 풍경에 역설적으로 붙인 표제.
전당포(典當鋪) 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주던 곳. 가난한 이들이 드나들던 뒷골목의 상징.
포도(鋪道) 돌이나 아스팔트 따위로 포장한 길.
기녀(妓女)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돕던 여인. 여기서는 병들고 영락한 처지로 그려짐.
심상·해설
가로등도 없는 전당포와 고물상 골목에 어둑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헌 속옷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비틀대는 주정꾼, 병든 기녀가 인력거로 지나가는 도시 밑바닥의 음울한 풍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