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무인도
나의 지대함은 운성과 함께 타버리었다
아즉도 나의 목숨은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언제인가 그 언제인가
허공을 스치는 별님과 같이
나의 영광은 사라졌노라
내 노래를 들으며 오지 않으랴느냐
독한 향취를 맡으러 오지 않으랴느냐
늬는 귀기울이려 아니하여도
딱다구리 썩은 고목을 쪼읏는 밤에 나는 한걸음 네 앞에 가마
표정없이 타오르는 인광이여!
발길에 채는 것은 무거운 묘비와 담담한 상심
천변 가차이 가마구떼는 왜 저리 우나
오늘밤 아 오늘밤에는 어디쯤 먼 곳에서
물에 뜬 송장이 떠나오려나
주석
지대(至大)함 더없이 큼. 지극히 위대함.
운성(隕星) 운석(隕石). 대기를 가르며 떨어지는 별, 곧 유성.
인광(燐光) 어둠 속에서 스스로 푸르게 빛나는 빛. 무덤가의 도깨비불을 연상시킴.
천변(川邊) 냇물의 가, 냇가.
가마구떼 '까마귀 떼'의 방언·옛 표기. 불길함·죽음의 상징.
송장 죽은 사람의 몸, 주검.
심상·해설
유성처럼 사그라진 영광을 안고 무덤가의 푸른 인광 속에 선 화자가, 까마귀 우는 밤 어딘가에서 떠내려올 주검을 기다리는 황량하고 음산한 무인도의 환영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