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가을
매해 가을마다 울었더니만
뒷창문 옆에서 울었더니만
떨어지는 낙엽 좇아 울었더니만
지금은 그 가을이 또 왔어요
바람에 떨어진 벽에 의하여
겨울 의복을 꿰매려고
힘없는 광선을 바라보면서
바늘은 번개같이 번쩍이었다
뒷문으로 가만히
누런빛 사이로 나무꾼 아이
곰방대를 찬 나무꾼 아이
가을에 벗님을 찾으려 해
매해 가을마다 울었더니만
뒷창문 옆에서 울었더니만
떨어지는 낙엽 좇아 울었더니만
지금은 그 가을이 또 왔어요
주석
곰방대 살담배를 피우는 짧은 담뱃대. 농촌 정서를 드러내는 소재이다.
광선(光線) 빛의 줄기, 곧 햇빛·햇살을 이른다. 가을의 힘없이 기운 볕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해마다 낙엽 지는 가을이면 뒷창가에서 울던 화자가 힘없는 볕 아래 겨울옷을 꿰매는 정경 속에, 되풀이되는 계절의 쓸쓸함과 비애가 잔잔히 배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