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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생각
1930년대

선생님 생각

심훈 · 1930년대
날이 몹시도 춥습니다. 방 속에서 떠다 놓은 숭늉이 얼고요, 오늘밤엔 영하(零下)로도 이십 도나 된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속에서 오죽이나 추우시리까? 얼음장같이 차디찬 마루방 위에 담요 자락으로 노쇠(老衰)한 몸을 두르신 선생님의 그 모양 뵈옵는 듯합니다. 석탄(石炭)을 한 아궁이나 지펴넣은 온돌(溫突) 위에서 홀로 뒹굴며 생각하는 제 마음 속에 오싹오싹 소름이 돋습니다그려. 아아 무엇을 망설이고 진작 따르지 못했을까요? 남아 있어 저 한 몸은 편하고 부드러워도 가슴 속엔 성에가 슬고 눈물이 고드름 됩니다.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보다 나이가 젊은데요 어째서 벌써 혈관(血管)의 피가 말랐을까요? 이 한밤엔 창(窓) 밖에 고구마 장사의 외치는 소리도 떨리다가는 길바닥에 얼어 붙고 제 마음은 선생님의 신변(身邊)에 엉기어 붙습니다. 그 마음이 스러져가는 화로(火爐) 속에 깜박거리는 한 덩이 숯(木炭)만치나 더웠으면 합니다. 1930.1.5

주석

숭늉 밥을 지은 솥에 물을 붓고 데운, 누룽지 우러난 구수한 물. 그것이 방 안에서 얼 만큼 춥다는 표현이다.

온돌(溫突)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방바닥 아래로 열을 통하게 하는 우리 전통 난방. 추운 선생과 따뜻한 방의 '나'를 대비시킨다.

성에가 슬다 유리나 벽 따위에 수증기가 얼어 서리꽃이 끼다. 여기서는 죄스러움에 가슴이 얼어붙음을 비유한다.

선생님 옥중이나 곤궁 속에 있는 스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방에 남은 제자가 고생하는 스승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시 전체에 흐른다.

심상·해설

영하 이십 도 한밤, 따뜻한 온돌에 누운 제자가 차디찬 마루방에서 떠는 노쇠한 스승을 떠올리며, 부끄러움에 가슴엔 성에가 끼고 한 덩이 숯불만큼이나마 스승이 따뜻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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