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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봄
1930년대

거리의 봄

심훈 · 1930년대
지난 겨울 눈밤에 얼어 죽은 줄 알았던 늙은 거지가 쓰레기통 곁에 살아 앉았네. 허리를 펴며 먼 산(山)을 바라다보는 저 눈초리! 봄이 비치는구나 봄빛이 떠도는구나! 원망스러워도 정(情)든 고토(故土)에 찾아드는 봄을 한번이라도 저 눈으로 더 보고 싶어서 무쇠도 얼어붙는 그 추운 겨울에 이빨을 앙물고 살아왔구나 죽지만 않으면 팔다리 뻗어볼 시절이 올 것을 점(占) 쳐 아는 늙은 거지여 그대는 이 땅의 선지자(先知者)로다. 사랑하는 젊은 벗이여, 그대의 눈에 미지근한 눈물을 거두라! 그대의 가슴을 헤치고 헛된 탄식(嘆息)의 뿌리를 뽑아 버리라! 저 늙은 거지도 기를 쓰고 살아왔거늘 그 봄도 우리의 봄도, 눈앞에 오고야 말 것을 아아, 어찌하여 그대들은 믿지 않는가? 1929. 4. 19

주석

고토(故土) 고향 땅, 정든 옛 땅.

선지자(先知者) 남보다 앞서 미래를 내다보고 깨우치는 사람. 여기서는 모진 겨울을 견디면 반드시 봄이 온다는 이치를 몸으로 아는 늙은 거지를 가리킨다.

봄 여기서 '봄'은 계절인 동시에, 고난을 이겨 낸 뒤 찾아올 희망과 해방의 시절을 상징한다.

심상·해설

혹독한 겨울을 이겨 내고 살아남은 늙은 거지가 쓰레기통 곁에서 먼 산의 봄빛을 바라본다. 죽지 않고 견디면 봄은 반드시 온다는 믿음이, 좌절한 젊은 벗을 향한 뜨거운 격려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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