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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지이다
1930년대

돌아가지이다

심훈 · 1930년대
돌아가지이다, 돌아가지이다. 동요(童謠)의 나라 동화(童話)의 세계(世界)로 다시 한번 이몸이 돌아가지이다. 세상 티끌에 파묻히고 살길에 시달린 몸은 선잠 깨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루만지던 엄마의 젖가슴에 안기고 싶습니다, 품기고 싶습니다. 그 보드랍고 따뜻하던 옛날의 보금자리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를 어찌하오리까 엄마의 젖꼭지는 말라 붙었고 제 입은 계집의 혀를 빨았습니다 엄마의 젖가슴은 식어버리고 제 염통에는 더러운 피가 괴었습니다. 바람이 불더이다, 바람이 차더이다. 온세상이 거칠고 쓸쓸하더이다. 가는 곳마다 차디찬 바람을 등어리에 끼얹어 주더이다. 오오 와다오, 포근한 잠아! 하염없는 희망을 덮고 끊임없이 근심스러운 마음 위에 한번 다시 그 잠이 와주려무나. 「자장자장 잘두 잔다 얼뚱아기 잘두 잔다 자장골에 들어가니 그 골에는 잠도 많아 센둥이도 자더란다 검둥이도 자더란다」 엄마도 이 노래를 부르시다가 꼬박꼬박 졸음이 와서 내 이마에다 이마받이도 하셨었지. 노근한 봄날 낮잠 주무시는 할아버지의 은실 같은 수염을 뽑아 가지고 개나리 회초리에 파리를 매어 「잠자리 종조옹 파아리 종조옹 이리 오면 사느니라 저리 가면 죽느니라…………」 고추자지 달랑거리고 논둑 건너 밭이랑 넘어 나비 같이 돌아 다니던 귀여운 어린 천사(天使)야 아아 지금은 어디로 갔느냐? 함박눈이 울안을 덮고 밭전(田)자 들창에 달빛이 물들 때 언니하고 자리속에서 듣던 할머니의 까치 이야기는 어쩌면 그렇게도 재미가 있었을까요? 여우한테 물려간 까치 새끼가 가엾고 불쌍해서 울었었지요. 찾아다 달라고 떼를 쓰며 울었었지요. 아아 옛날의 보금자리에 이몸을 포근히 품어 주소서. 하루도 열두번이나 거짓말을 시키고도 얼굴도 붉히지 말라는 세상이외다. 사람의 마음도 돈으로 팔고 사는 알뜰히도 더러운 세상이외다 돌아가지이다, 돌아가지이다. 동요의 나라, 동화의 세계로 한번만 다시 돌아가지이다.

주석

돌아가지이다 '돌아가고 싶습니다', '돌아가게 해 주소서'라는 뜻의 기원·소망을 나타내는 옛 어투(-지이다).

얼뚱아기 둥둥 어를 만큼 재롱스럽고 귀여운 아기. '얼러 주는 아기'를 정겹게 이르는 말이다.

센둥이·검둥이 털빛이 흰 강아지(센둥이)와 검은 강아지(검둥이). 자장가에서 함께 잠든 짐승으로 등장한다.

고추자지 사내아이의 어린 성기를 이르는 정겨운 말. 발가벗고 뛰노는 어린 사내아이의 모습을 나타낸다.

밭전(田)자 들창 '밭 전(田)' 자처럼 살을 가로세로로 짠 격자 모양의 작은 창문.

이마둑 이마를 마주 부딪치는 것, 곧 이마받이. 졸다가 고개를 떨구며 이마를 부딪는 모양을 이른다.

심상·해설

거짓과 돈에 찌든 세상에 지쳐, 자장가 들리고 함박눈 내리던 어린 날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의 사무친 그리움이 동심의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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