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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무엇을 주랴
1930년대

너에게 무엇을 주랴

심훈 · 1930년대
너에게 무엇을 주랴 맥(脈)이 각각(刻刻)으로 끊어지고 마지막 숨을 가쁘게 들이모는 사랑하는 너에게 무엇을 주랴 눈물도 소매를 쥐어짜도록 흘려 보았다. 한숨도 땅이 꺼지도록 쉬어 보았다. 그래도 내 숨소리는 더욱 가늘어만 가고 시방은 신음(呻吟)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물도 한숨도 소용(所用)이 없다. 「죽음」이란 엄숙(嚴肅)한 사실(事實) 앞에는 경(經) 읽거나 무꾸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당장에 숨이 끊어지는 너를 손끝맺고 들여다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너에게 딸린 생명(生命)이 하나요 둘도 아닌 것을………… 오직 한가지 길이 남았을 뿐이다. 손가락을 깨물어 따끈한 피를 그 입속에 방울방울 떨어뜨리자! 우리는 반드시 소생(蘇生)할 것을 굳게 믿는다. 마지막으로 붉은 정성(精誠)을 다하여 산 제물(祭物)로 우리의 몸을 너에게 바칠뿐이다!

주석

너 꺼져 가는 목숨으로 의인화된 대상으로, 시대 상황에 비추어 죽어 가는 조국 또는 민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각각(刻刻)으로 시각이 지날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들이모는 숨 따위를 한꺼번에 안으로 모아 들이쉬는.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는 뜻.

무꾸리 무당이나 점쟁이에게 길흉을 점치는 일.

손끝맺고 손을 마주 잡고 가만히 있는 모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음을 뜻한다.

산 제물(祭物) 산 채로 바치는 제물. 살아 있는 몸을 통째로 희생으로 바친다는 뜻이다.

심상·해설

꺼져 가는 목숨을 살리려 손가락을 깨물어 더운 피를 입에 떨어뜨리며 다시 살아나기를 비는, 제 몸을 산 제물로 바치겠다는 결연한 헌신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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