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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낙인
1930년대

마음의 낙인

심훈 · 1930년대
마음 한복판에 속 깊이 찍혀진 낙인(烙印)을 몇 줄기 더운 눈물로 지워보려 하는가 칼끝으로 도려낸들 하나도 아닌 상처(傷處)가 가시어질 것인가 죽음은 홍소(哄笑)한다 머리맡에 쭈그리고 앉아서…… 자살(自殺)한 사람의 시집(詩集)을 어루만지다 밤은 깊어서 추녀 끝의 풍경(風磬) 소리 내 상여(喪輿)머리에 요령(搖鈴)이 흔들리는듯. 혼백(魂魄)은 시꺼먼 바닷속에 잠겨 자맥질하고 허무(虛無)히 그림자 악어(鰐魚)의 입을 벌리고 등어리에 소름을 끼얹는다. × 쓰라린 기억(記憶)을 되풀이하면서 살아가는 앞길은 행복(幸福)이란 도깨비가 길라잡이 노릇을 한다. 꿈속에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어릿광대들 개미 떼처럼 뒤를 따라 바퀴를 돌고 도는걸……… × 「캄풀」주사(注射) 한 대로 절맥(絶脈)되는 목숨을 이어 보듯이 젊은이여 연애(戀愛)의 한 찰나(刹那)에 목을 매달려는가? 혈관(血管)을 토막토막 끊으면 불이라도 붙을상 싶어도 불 꺼져 재만 남은 화로(火爐)를 헤집는 마음이여! × 모든 것이 모래밭 위의 소꿉장난이나 아닌줄 알았더면 앞장을 서서 놈들과 겯고 틀어나 볼것을 길거리로 달려나가 실컷 분(憤)풀이나 할 것을 아아 지금엔 희멀건 허공(虛空)만이 내 눈 앞에 트여 있을뿐……

주석

낙인(烙印) 불에 달구어 찍는 쇠도장. 또는 그렇게 찍은 표. 여기서는 마음에 지워지지 않게 새겨진 깊은 상처를 뜻한다.

홍소(哄笑) 입을 크게 벌리고 떠들썩하게 웃음. 너털웃음.

풍경(風磬)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바람이 불면 매단 쇳조각이 흔들려 소리가 난다.

요령(搖鈴) 상여 앞에서 흔들어 소리를 내는 작은 종. 장례 행렬에서 쓰인다.

길라잡이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사람. 길잡이.

캄풀(camphor) 주사 장뇌(樟腦) 성분의 강심제 주사. 옛날에 심장이 멎어 가는 위급한 환자에게 놓아 목숨을 잇던 약이다.

절맥(絶脈) 맥이 끊어짐, 곧 목숨이 끊어짐.

겯고 틀어나 서로 단단히 얽혀 맞붙어 싸우는 것. '겯고틀다'는 끝까지 버티며 다툰다는 뜻이다.

심상·해설

자살한 이의 시집을 어루만지는 깊은 밤, 풍경 소리가 상여 요령처럼 들리고 죽음이 머리맡에서 웃는, 절망과 자기 환멸이 짙게 드리운 어두운 내면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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