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겨울밤에 내리는 비
뒤숭숭한 이상스러운 꿈에
어렴풋이 잠이 깨어
힘없이 눈을 뜬 채 늘어져
창 밖의 밤비 소리를 듣고 있다.
음습한 바람은 방 안을 휘돌고
개는 짖어 컴컴한 성 안을 울릴 제
철 아닌 겨울밤에 내리는 비!
나의 마음은 눈물비에 고요히 젖는다.
이 팔로 향기로운 애인의 머리를 안고
여름밤 섬돌에 듣는 낙수의 피아노
즐거운 속살거림에 첫닭이 울던
그윽하던 그 밤은 벌써 옛날이어라.
오 사랑하는 나의 벗이여!
꿈에라도 좋으니 잠깐만 다녀가소서
찬비는 객창(客窓)에 부딪치는데 긴긴 이 밤을
아, 나 홀로 어찌나 밝히잔 말이냐.
주석
낙수(落水)의 피아노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피아노 선율에 빗댄 표현. 옛 여름밤의 정겨운 추억을 환기한다.
객창(客窓) 객지에서 묵는 방의 창. 나그네의 외로운 처지를 나타낸다.
섬돌 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리기 위해 놓은 돌층계.
심상·해설
철 아닌 겨울밤 찬비 소리에 잠이 깬 화자가, 애인을 안고 낙숫물 소리를 듣던 지난 여름밤을 떠올린다. 음습한 바람과 개 짖는 소리만 가득한 객지의 긴 밤, 떠난 이를 향한 사무친 그리움이 비처럼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