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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1930년대

고독

심훈 · 1930년대
진종일(盡終日) 앓아누워 다녀간 것들 손꼽아 보자니 창(窓)살을 걸어간 햇발과 마당에 강아지 한 마리 두 손길 펴서 가슴에 얹은 채 임종(臨終) 때를 생각해 보다. 그림자하고 단 둘이서만 지내는 살림이거늘 천장이 울리도록 그의 이름은 왜 불렀는고 쥐라도 들었을세라 혼자서 얼굴 붉히네. 밤 깊어 첩첩(疊疊)히 닫힌 덧문(門) 밖에 그 무엇이 뒤설레는고 미닫이 열어 젖히자 굴러드느니 낙엽(落葉) 한 잎새 머리맡에 어루만져 재우나 바시락거리며 잠은 안 자네. 값없는 눈물 흘리지 말자고 몇 번이나 맹세했던고 울음을 씹어서 웃음으로 삼키기도 한 버릇 되었으련만 밤중이면 이불 속에서 그 울음을 깨물어 죽이네. 1929. 10. 10

주석

진종일(盡終日)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하루 내내.

뒤설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설렁이는 모양. 무언가 바스락대며 움직이는 것을 가리킨다.

값없는 눈물 흘려 봐야 아무 보람도 없는, 헛된 눈물.

심상·해설

온종일 앓아누워 찾아온 것이라곤 햇살과 강아지뿐, 그림자와 단둘이 사는 사내가 무심코 부른 이름에 홀로 얼굴을 붉힌다. 굴러든 낙엽 한 잎을 벗 삼아 이불 속에서 울음을 깨물어 죽이는 사무친 외로움이 시리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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