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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1930년대

동우

심훈 · 1930년대
저 비가 줄기줄기 눈물일진대 세어보면 천만(千萬) 줄기나 되엄즉하이, 단 한줄기 내 눈물엔 베개만 젖지만 그 많은 눈물비엔 사태(沙汰)가 나지 않으랴 남산(南山)인들 삼각산(三角山)인들 허물어지지 않으랴. 야반(夜半)에 기적(汽笛)소리! 고기에 주린 맹수(猛獸)의 으르렁대는 소리냐 우리네 젊은 사람의 울분(鬱憤)을 뿜어내는 저력(底力) 있는 그 소리에 주춧돌이 움직이니 구들장 밑에서 지진(地震)이나 터지지 않으려는가? 하늘과 땅이 맞붙어서 맷돌질이나 하기를 빌고 바라는 마음 몹시도 간절하건만 단 한 길(丈) 솟지도 못하는 가엾은 이몸이여 달리다 뛰면 바단들 못 건너리만 걸음발 타는 동안에 그 비가 너무나 차구나

주석

동우(冬雨) 겨울에 내리는 비. 제목 그대로 차가운 겨울비를 가리킨다.

되엄즉하이 '될 만하다', '됨직하다'의 옛 표현. '-하이'는 가벼운 영탄의 종결 어미이다.

사태(沙汰) 산비탈이나 언덕이 비바람에 무너져 내리는 일. 눈물비가 너무 많아 산이 무너질 듯하다는 과장이다.

야반(夜半) 한밤중. 밤이 깊은 때를 이른다.

저력(底力) 속에 간직하고 있는 끈기 있는 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은 힘을 뜻한다.

걸음발 타는 아기가 걸음마를 익히는.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상태, 곧 미숙한 처지를 비유한다.

심상·해설

줄기차게 쏟아지는 차가운 겨울비를 젊은이들의 눈물에 빗대어, 그 울분이 산을 무너뜨리고 천지를 뒤엎기를 바라지만 아직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무력감이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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