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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아침
1930년대

오월 아침

김영랑 · 1930년대
비 개인 五月 아침 현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란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흠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그 보금자리에 찌찌찌 소리내는 잘새의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나 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蒼空)을 흔드오 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 불혹(不惑)이 자랑이 아니 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魂)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밀(靜謚)하단들 또 무얼 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少年)인가 보오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中年)이고 내사 불혹(不惑)을 자랑튼 사람

주석

향훈(香薰) 향기로운 냄새. 그윽이 풍기는 향.

잘새 둥지에 깃든 새. 저녁때 깃들이는 새 또는 보금자리의 새를 이른다.

사향(麝香) 사향노루 수컷의 향낭에서 채취한 향료. 짙고 그윽한 향기를 상징한다.

불혹(不惑) 마흔 살. 『논어』 위정편의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에서 온 말로, 미혹되지 않는 나이를 뜻한다.

정밀(靜謚) 고요하고 잠잠함. 매우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

두견 두견새(소쩍새). 한시·시가에서 흔히 피를 토하듯 슬피 우는 한(恨)의 정조를 나타낸다.

심상·해설

비 갠 오월 아침, 찬란한 햇살과 현란한 꾀꼬리 소리 속에 어린 속잎이 하늘거리고, 그 청신한 풍경에 마흔의 마음을 비추어 보는 맑은 성찰의 정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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