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흐르는 물
가을 호수(湖水) 십리(十里)를 에워싼 산(山)들
맑은 노래 부르며 다락 기대니
기(氣)차게 다락 앞을 물은 흐르네
바다로 들어가선 파란(波瀾) 지으리.
秋湖十里繞群巒 一曲淸歌倚彩欄 추호십리요군만 일곡청가의채난
浩浩臺門流去水 終歸大海作波瀾 호호대문유거수 종귀대해작파란
다락을 고이 기대 노래를 부르올 제
호수(湖水)는 다락 앞을 쉬잖고 흘러가네
이 물이 바다로 들언 가즌 풍파(風波) 되오리.
주석
다락 누각(樓閣), 높이 지은 마루. 물가에 세운 정자를 뜻함.
파란(波瀾) 큰 물결. 세상살이의 굴곡을 빗대기도 함.
가즌 풍파(風波) '갖은 풍파', 곧 온갖 거센 물결과 바람. 여기서는 험한 세파를 함께 암시함.
秋湖十里繞群巒 一曲淸歌倚彩欄 / 浩浩臺門流去水 終歸大海作波瀾 이 시조가 옮긴 원래 한시. 십 리 가을 호수를 뭇 봉우리가 두르고, 채색 난간에 기대 한 곡 맑은 노래를 부르는데, 누각 앞을 도도히 흘러가는 물은 끝내 큰 바다로 돌아가 물결을 이룬다는 뜻.
심상·해설
뭇 산이 둘러싼 십 리 가을 호수, 누각 난간에 기대어 노래하는데 발 아래 물은 쉼 없이 흘러 끝내 바다에 이르러 큰 물결이 되는, 자연과 인생을 겹쳐 보는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