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한거
사창(紗窓)에 잠이 깨니 서편(西便)엔 흰 달
지난 일 생각하면 모두 꿈인 제
맑은 바람 한가이 발을 헤치니
고운 맘엔 범새가 깃 들였고야.
紗窓睡罷月輪西 漢水雲煙夢裡迷 사창수파월륜서 한수운연몽리미
林下淸風簾幙起 芳心寂寞一鷦棲 임하청풍염막기 방심적막일초서
잠 깨니 달은 맑고 지난 일 꿈같은데
초당(草堂)을 맑은 바람 스르르 부는고야
한가한 님의 마음이 못내 살뜰하오라.
주석
사창(紗窓) 비단(깁)을 바른 창. 주로 여인의 방을 가리키는 시어.
범새 '뱁새'의 옛말. 작은 멧새.
초당(草堂) 억새나 짚으로 지붕을 인 작은 별채. 한가로운 거처를 뜻함.
紗窓睡罷月輪西 漢水雲煙夢裡迷 / 林下淸風簾幙起 芳心寂寞一鷦棲 이 시조가 옮긴 원래 한시. 잠 깬 사창에 달이 서쪽에 걸리고, 한강(漢水)의 구름 안개는 꿈속처럼 아득한데, 숲 아래 맑은 바람이 발(簾幕)을 들치니 고요한 마음에 뱁새 한 마리 깃든다는 뜻.
한거(閑居) 한가로이 지냄, 또는 그런 거처. 제목의 한자어.
심상·해설
잠에서 깨어 보니 서쪽 하늘에 흰 달이 걸렸고, 맑은 바람이 발을 살며시 들치는 초당에 작은 뱁새가 깃든 고요하고 한가로운 아침의 정취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