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깊은 밤에
깊은밤은 혼자로 오경 가깝고
가을달만 뜰우에 가득 찾고야.
이상사 잠을빌어 꿈꾸랴건만
님의곳 가다가다 잠만 깨나니.
야색초초근오경 만정추월정분명
빙금강주상사몽 재도낭변각자경
야오경 가을달은 뜰우에 가득한데
꿈길로 이상사를 한번곳 풀자건만
님의곳 간신이가자 잠만 깨고 마나니.
주석
오경(五更)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 밤을 다섯으로 나눈 마지막 시각으로 동트기 직전을 가리킴.
상사(相思) 서로 그리워함. 여기서는 임을 그리는 사무친 마음.
야색초초근오경 만정추월정분명 / 빙금강주상사몽 재도낭변각자경 원시의 한시 부분. ‘밤빛 아득히 오경에 가깝고 뜰 가득 가을 달 환한데, 이불 안고 억지로 그리움의 꿈을 꾸어 겨우 임 곁에 이르자 도리어 놀라 깬다’는 뜻. 김억이 옛 한시를 우리말로 옮긴 역시(譯詩)이다.
심상·해설
가을 달이 가득 찬 빈 뜰, 새벽 가까운 깊은 밤에 임을 만나려 꿈길을 더듬지만 임 곁에 닿자마자 번번이 깨어버리는 안타까운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