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고향 생각 (운초)
간밤 비에 앞강(江)엔 모래 넘치고
물길 만리(萬里) 떠가는 외로운 저 배.
새라새봄 내 고향(故鄕) 찾아를 가리
타관(他關) 만리(萬里) 이 몸은 예 남았고야.
前江夜雨漲虛沙 萬里同情一帆斜 전강야우창허사 만리동정일범사
遙想故園春已到 空懷無頼坐天涯 요상고원춘이도 공회무뢰좌천애
앞강(江)이 간밤 비에 모래밭 되온 것을
난바다 만리(萬里)길에 고향(故鄕)을 가는 저 배
다시금 고향춘색(故鄕春色)이 눈에 암암 하오라.
주석
운초(雲楚) 조선 후기의 시기(詩妓)이자 기녀 출신 여류시인 김부용(金芙蓉)의 호. 본 시는 운초의 한시를 김억이 번역한 것이다.
타관(他關) 자기 고향이 아닌 다른 고장. 타향(他鄕).
새라새봄 새롭고도 새로운 봄. ‘새’를 거듭하여 봄의 새로움을 강조한 표현.
故園(고원) 고향의 옛 동산. 고향을 정겹게 이르는 말.
天涯(천애) 하늘 끝. 고향에서 아득히 멀리 떨어진 타향을 가리킨다.
암암(暗暗)하다 잊히지 않고 가물가물 눈앞에 어른거리다.
심상·해설
간밤 비에 강이 모래밭이 되고 외로운 배 한 척이 만 리 물길을 떠가는데, 타향에 홀로 남은 이의 눈앞엔 고향의 봄빛이 아련히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