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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
1930년대

데이비스

박용철 · 1930년대
사월이 되기 전 어느 날 내 홀로, 나는 홀로 숲 가운데 걸어 다니다가 돌 위에 쉬어 앉았네 넓은 돌 위에 나는 앉아 새소리 따라 노래 불렀네; 곡조는 하나님의 지으신 것, 말은 내가 지어 불렀다네. 꿈 같은 사람 M • C • 데이비스 고달픈 사람들이 연기에 검어지고 기적 소리 들으며 일하는 곳으로 나는 갔더니 새벽 이슬에 갓 젖은 채, 저희에게 꿈을 가져다 주려—. 한때는 하늘을 알고 지냈으나 이제 어두운 가난의 골목에 사는 이에게로 나는 갔다 꿈을 가져다 주려— 그러나 저희는 나보다 더 큰 꿈을 가졌음을 알았다. 한 생각 M • C • 데이비스 내가 거울 속을 들여다본 때는 내 자신이 나의 모든 관심이다 그러나 나는 물 방죽을 거의 모든 경이를 위하여 본다 내가 거울 속을 들여 보면 나는 한 바보를 본다 그러나 나는 한 어진 사람을 본다 내가 방죽을 들여다본 때는 웃음 M • C • 데이비스 죽은 이들 모두 이상히 바라보는 아래 천국으로 들어간다, (아—묵주도 헤지 않고! 죄의 고백도 없이!) 입은 옷은 그대의 정성의 실이 짜은 웃옷 오 나는 가난코 외롭고 놀라 하리라, —마는 여인들은 제마다 나를 자세히 보리라.

주석

데이비스 영국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W. H. Davies). 떠돌이 생활을 한 자연 서정 시인으로, 박용철이 그의 여러 짧은 시를 옮겨 묶었다.

물 방죽 물웅덩이 또는 못. 거울이 자기 자신을 비추는 데 반해, 물웅덩이는 하늘과 세상의 경이를 비추어 보는 대상으로 대비된다.

묵주(默珠) 기도할 때 알을 하나씩 세며 헤아리는 구슬 꿰미. 가톨릭의 로사리오. 여기서는 격식 없이 천국에 드는 모습을 그린다.

심상·해설

사월 전 숲속 너른 돌에 앉아 새소리에 맞춰 노래하던 시인이, 연기와 기적 소리 가득한 가난한 골목으로 꿈을 나르러 갔다가 도리어 그들의 더 큰 꿈을 발견하는, 맑고 겸허한 시선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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