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가을밤 (계생)
비뒤에 찬바람이 댓숲을 불제
다락 우엔 둥근달 홀로 빛나네
날새도록 서러이 우는 벌레들
그 애원(哀願)에 이 간장 모두 다 녹네.
雨後凉風玉簟秋 一輪明月掛樓頭 우후양풍옥점추 일륜명월괘루두
洞房終夜寒蛩響 擣盡中腸萬斛愁 동방종야한공향 도진중장만곡수
비뒤의 갈바람은 댓숲을 휘젓는데
뚜렷이 밝은달은 다락 우 덮었어라
벌레는 밤새여 울며 남의 애를 끊나니.
주석
계생(癸生) 조선 중기 부안의 명기(名妓) 이매창(李梅窓)의 다른 이름. 본 시는 매창의 한시를 김억이 번역한 것이다.
玉簟秋(옥점추) 옥같이 고운 대자리에 깃든 가을 기운. 가을밤의 서늘함을 가리킨다.
洞房(동방) 깊숙한 안방. 여인이 홀로 지내는 규방을 뜻한다.
寒蛩(한공) 차가운 가을밤에 우는 귀뚜라미.
萬斛愁(만곡수) 만 섬이나 되는 시름. 헤아릴 수 없이 깊은 근심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비 갠 가을밤, 대나무 숲에 찬바람이 일고 누각 위로 둥근 달이 홀로 빛나는 가운데, 밤새 우는 풀벌레 소리가 외로운 마음을 사무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