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가매화
꾀꼬리 잠잠하고 실비 오는데
황혼(黃昏)은 창(窓)에 내려 아늑한 것을.
가는 봄을 잡을 길 바이없어서
가매화(假梅花)를 화병(花甁)에 꽂아 보나니.
고앵제헐우사사(孤鶯啼歇雨絲斜) 창엄황혼난벽사(窓掩黃昏暖碧紗)
무계유춘춘이로(無計留春春已老) 옥병료삽가매화(玉甁聊揷假梅花)
꾀꼬리 잠잠하고 실비는 내리는데
다시금 가는 봄이 너무도 야속하여
화병(花甁)에 가매화(假梅花) 꽃을 꽂아 놓고 보나니.
주석
가매화(假梅花) 진짜가 아닌, 만들어 놓은 가짜 매화꽃. 조화(造花) 매화를 이른다.
벽사(碧紗) 푸른빛이 도는 얇은 비단. 창에 바른 깁을 가리킨다.
바이없어서 '전혀 없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라는 뜻의 옛말.
고앵제헐우사사(孤鶯啼歇雨絲斜) 이 작품은 한시를 곁들여 옮긴 역시로, 인용된 한시 구절의 정경을 우리말로 풀어 노래한 것이다.
심상·해설
실비 내리는 황혼 녘, 가는 봄을 붙잡을 길 없어 꽃병에 가짜 매화를 꽂아 보는 헛된 몸짓에 봄을 보내는 애틋함이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