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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1920년대

기도

김억 · 1920년대
구하면 주지 못할 것이 없는 ‘우주’의 저자(著者)시여, 팔을 팔배 하면 팔십팔 되게 하시는 전능자(全能者)시여, 어제 이 죄인이 장에 갔다가, ‘우정’이란 괴물을 술 한 잔으로 사서 죄인의 소유를 만들었습니다, 만은 오늘은 술 한 잔 값이 없어 그것을 잃었습니다. 어찌나 죄인 맘이 섧고 서어하겠습니까― 간절히 비옵나니, 잃어버린 ‘우정’이란 그 괴물을 아무쪼록 다시 찾아서 죄인의 것을 만들어 주소서. 구하면 주지 못할 것이 없는 ‘우주’의 저자시여.

주석

‘우주’의 저자(著者) 우주를 지어낸 이, 곧 천지를 창조한 조물주·하느님을 비유한 표현이다.

팔을 팔배 하면 팔십팔 ‘8을 8배(여덟 곱) 하면 88’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말장난조 표현. 무엇이든 마음대로 이루는 전능자의 권능을 익살스럽게 가리킨다.

서어(齟齬)하다 뜻이 맞지 않아 서먹하고 허전하다. 마음이 서운하고 어색함을 뜻한다.

심상·해설

장터에서 술 한 잔으로 ‘우정’이라는 괴물을 샀다가 다시 잃었다며, 조물주에게 그 우정을 되찾아 달라 익살스레 비는 기도 형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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