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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죽지도 않는가
1920년대

기억은 죽지도 않는가

김억 · 1920년대
얼을 뽑아내는 낙열(낙열)의 썩 깊은 악곡(악곡)에도 오히려 ‘외로움’은 쉬지 않고 삼가는 발소리로 머릿속을 오가나니, 아아 이는 그대를 잃은 옛 조기(조기)인가. 문득스럽게도 생겨난 사랑과 기쁨의 문득스럽게도 자취도 없이 쓰러져 없어진, 바람결에 좇아다니는, 그 기억의 곡조는 때의 봄철, 흐르는 강물과도 같게, 아양스럽게도, 애처롭게도 살뜰하게도 또다시 지나간 ‘맘’을 붙잡고 흐득이나니, 아아 이는 그대를 잃은 옛 곡조런가. 만일에 이 곡조를 설은 기억이라면 설은 기억의 곡조는 죽을 줄도 모르는가.

주석

낙열(樂悅) 음악이 주는 기쁨, 즐거움.

악곡(樂曲) 음악, 곡조.

조기(調記) 곡조의 기록, 가락의 흔적이라는 뜻으로 쓰인 말.

심상·해설

깊은 음악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이 조심스러운 발소리처럼 머릿속을 맴돌고,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이 봄날의 강물처럼 끝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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