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가을 2
쌔듯하고도 적막한 가을,
맑고도 어뜩스러운 하늘,
힘이라곤 조금도 없는 듯한 일광(日光),
거울을 씻어 놓은 듯한 수면(水面).
바람결에 사랑과 미움을 노래하는
나무와 나무, 그리하고 낙엽과 낙엽.
혼자 고적(孤寂)하게 남긴 내 맘은
참말로 의지할 곳도 없어지누나,
저것 보아, 태양조차 혼자 떨어져
구름 뒤에 숨어서 흐득여 울고 있다.
주석
쌔듯하고 '산뜻하고, 상쾌하고'에 가까운 옛말 표현.
어뜩스러운 '어뜩하다(아뜩하다)'에서 온 말로, 정신이 아찔하고 어지러운 느낌을 준다는 뜻.
일광(日光) 햇빛, 햇볕.
고적(孤寂) 외롭고 쓸쓸함.
흐득여 '흐느껴'의 옛 표기.
심상·해설
맑고 적막한 가을, 거울처럼 잔잔한 물 위로 힘없는 햇빛이 내리고, 홀로 떨어지는 태양마저 구름 뒤에서 흐느끼는 듯한 깊은 고독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