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풀밭 위
맡으면 향(香)내나는 풀밭 위에
황금색(黃金色)의 저녁볕이 춤추며
들벌레소리가 어지러울 때,
또다시 나는 혼자 누워서
구름끝에 생각을 보내고 있노라.
떠서는 잠겨드는 심사(心思)와도 같이
저 멀리 구름 속에 이동(移動)이 잦을 때,
어디선지 저녁 종(鐘)이 빗겨 울리어,
저 멀리 먼 곳으로 야속케도 심사(心思)가 끌려라.
달은 혼자서 방향(方向) 없이 아득이면서
하늘길을 걷고 있어라.
고요한 밤거리에는
잃어진 꿈과도 같게
곱게도 등(燈)불이 졸고 있어라.
주석
심사(心思)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생각과 감정.
아득이면서 아득하게 멀리, 또는 정처 없이 헤매듯이의 뜻으로 풀이된다.
빗겨 '비껴', 비스듬히·멀리 비끼어의 옛 표기. 종소리가 멀리 비껴 울리는 모양.
심상·해설
향내 나는 풀밭에 홀로 누워 황금빛 저녁볕과 들벌레 소리 속에 생각을 구름 끝으로 띄우고, 멀리 비껴 우는 저녁 종소리와 졸 듯한 등불이 고요한 사색의 정취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