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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1930년대

꽃나무

이상 · 1930년대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近處)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 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爲)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주석

꽃나무 이상이 1933년 발표한 짧은 시. 자기가 그리는 이상적 자아(꽃나무)에게 끝내 다가갈 수 없는 단절과 자기 분열을 간결하게 형상화한 작품.

심상·해설

텅 빈 벌판 한가운데 꽃나무 하나가 제가 그리는 또 다른 꽃나무를 향해 안간힘으로 꽃을 피우고 서 있다. 끝내 다가가지 못한 채 달아나는 화자의 모습에서 닿을 수 없는 자아의 외로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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