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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 정경
1920년대

지반 정경

이상화 · 1920년대
능수버들의 거듭 포개인 닙새이에서, 해는 주등색(朱橙色)의 ᄯᅡ사롭은 웃음을 던지고, ᄭᅡᆷ푸르게 몸ᄭᅩᆯ ᄭᅮᆷ인, 저편에선 남모르게 하는, 바람의 군소리- 가만이 오다. 나는 아모 빗갈래도 업는 욕망(慾望)과 기원(祈願)으로 어대인지도 모르는 생각의 바다 속에다, 원무(圓舞)추는 영혼(靈魂)을 ᄯᅳᆺ대로 보내며, 녀름 우수(憂愁)에 잠긴 풀 사이길을 오만(傲慢)스럽게 밟고 간다. 욱어진 나무 미태 넉ᄲᅡ진 녯 몸은 속 마음 깁게- 고요롭게- 밋그러우며 생각에 겨운 눈물과 가티 일흠도 얼굴도 모르는 빈 ᄭᅮᆷ을 얽메더라. 물 우흐로 죽은 듯 업대여 잇는 ᄭᅳᆺ도 업시 열푸른 한울의 영원성(永遠性) 품은 빗치, 그리는 애인(愛人)을 ᄯᅳᆺ밧게 맛난 미친 마음으로, 내 가슴에 나도 몰래 숨엇든 나라와 어우러지다. 나의 넉은 바람결의 구름보다도 연약(軟弱)하여라 잠자리와 제비 뒤를 ᄯᅡᆯ하, 가볍게 돌며 별나라로 오르다- 갑자기 흙속으로 기여들고 다시는, 해묵은 낙엽(落葉)과 고목(古木)의 거믜줄과도 헤매이노라, 저믄 저녁에, ᄶᅩᆺ겨난 쇠북소리 한울 넘어로 사라지고, 이 날의 마지막 노래로, 어린 고기들 물노리 칠 때 내 머리 속에서 단잠 ᄭᅢᆫ 기억(記憶)은, 새로히, 이곳 온 ᄭᅡ닭을 생각하노라, 이 못이 세상 갓고, 내 한 몸이 모든 사람 갓기도 하다! 아 너그럽게도 숨막히는 그윽일러라 고요롭은 설음일러라. ―「벙어리 노래」에서―

주석

지반 정경 제목 '지반 정경(池畔情景)'은 '못가의 정경', 곧 연못가에서 바라본 풍경을 뜻한다.

주등색(朱橙色) 붉은빛이 도는 주황색. 능수버들 잎 사이로 비치는 노을빛 햇살의 빛깔을 가리킨다.

원무(圓舞) 여럿이 둥글게 둘러서서 추는 춤. 영혼이 자유로이 빙빙 도는 모습을 비유한 표현이다.

벙어리 노래 이상화의 연작 시 묶음 이름. 말 못 할 깊은 설움과 침묵 속의 노래라는 정조를 담고 있다.

심상·해설

능수버들 늘어진 못가, 주황빛 노을이 잎새 사이로 따스하게 번지는 황혼이 펼쳐진다. 넋을 풀어 둥근 춤을 추듯 하늘과 물과 자연에 녹아드는 황홀 속에, 연못 하나가 온 세상 같고 내 몸이 모든 사람 같은 고요한 설움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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