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갈매기
돌아다 보아야 언덕 하나 없다, 소나무 하나 떠는 풀잎 하나 없다.
해는 하늘 한 복판에 백금(白金)도가니처럼 끓고, 동그란 바다는 이제 팽이처럼 돌아간다.
갈매기야, 갈매기야, 너는 고양이 소리를 하는구나.
고양이가 이런 데 살 리야 있나, 너는 어디서 났니? 목이야 희기도 희다, 날개도 희다, 발톱이 깨끗하다, 뛰는 고기를 문다.
흰 물결이 치어들 때 푸른 물굽이가 내려앉을 때,
갈매기야, 갈매기야 아는 듯 모르는 듯 너는 생겨났지,
나야 검은 밤비가 섬돌 위에 울 때 호롱불 앞에 났다더라.
나야 어머니도 있다, 아버지도 있다, 그이들은 머리가 희시다.
나는 허리가 가는 청년이라, 나 홀로 사모한 이도 있다, 대추나무 꽃 피는 동네에 두고 왔단다.
갈매기야, 갈매기야, 너는 목으로 물결을 감는다, 발톱으로 민다.
물속을 든다, 솟는다, 떠돈다, 모로 날아간다.
너는 쌀을 아니 먹어도 사나? 내 손이야 짓부풀어졌다.
수평선(水平線) 위에 구름이 이상하다, 돛폭에 바람이 이상하다.
팔뚝을 끼고 눈을 감았다, 바다의 외로움이 검은 넥타이처럼 만져진다.
주석
백금(白金)도가니 백금을 녹이는 도가니. 한낮의 바다 위로 내리쬐는 해의 뜨거움과 눈부신 흰빛을 비유한다.
돛폭 돛을 이루는 천의 너비, 곧 펼쳐진 돛.
심상·해설
언덕도 풀잎도 없는 망망대해, 백금 도가니처럼 끓는 한낮의 해 아래 동그란 바다가 팽이처럼 돌고, 흰 갈매기가 물결을 감으며 나는 가운데 청년의 가슴에 바다의 외로움이 검은 넥타이처럼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