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제야에 (죽서)
無心타 이한해도 가고 마나니
힘으로 써 이한밤 붓잡을거랴.
예부터 가는세월 모다 꿈이요
이人生 늙는고야 몰으는새에.
無情又遣今年去 有力難回此夜窮 무정우견금년거 유력난회차야궁
萬古消磨應是夢 人生老在不知中 만고소마응시몽 인생노재부지중
힘으로 가는해를 잡을길 바이없어
예부터 가는세월 꿈이라 니럿고야
이人生 몰으는새에 늙는건가 하노라.
주석
제야(除夜) 섣달 그믐날 밤, 곧 한 해의 마지막 밤. 묵은해를 보내는 회한을 노래한 시다.
죽서(竹西) 조선 후기 여성 시인 박죽서(朴竹西). 김억이 그의 한시를 우리말 시조로 옮긴 것이다.
無情又遣今年去 有力難回此夜窮 한시 원문. '무정하게도 또 올해를 보내니, 힘이 있어도 이 밤 다하는 것을 돌이키기 어렵다'는 뜻.
萬古消磨應是夢 人生老在不知中 '만고에 사라져 닳아 없어짐은 응당 한바탕 꿈이요, 인생은 모르는 사이에 늙어간다'는 뜻.
심상·해설
한 해의 마지막 밤, 힘으로도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인생이 한바탕 꿈처럼 저물어감을 조용히 곱씹는 제야의 심사가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