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좁은 하늘
나의 하눌에도
나의 이 좁은 하눌에도
새는 날아온다
웃처마와 아랫처마 사이의
발 남짓한 이 하눌에도
날진한몸 새는 날아온다
혹이 날아오다
이내 지나가노나
사라지는 그림자야
사라지는 그림자야
자최도없이 사라지는 그림자야
모든 사라지는 그림자는 헡될거나
새는 한가로이 지나가노나
주석
발 남짓 한 발(두 팔을 벌린 길이) 남짓. 처마와 처마 사이로 보이는 손바닥만 한 좁은 하늘의 너비를 가리킨다.
날진한몸 날쌘 몸, 곧 날래고 재빠른 몸. 잽싸게 날아드는 새의 모습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윗처마와 아랫처마 사이 한 뼘 남짓 좁은 하늘로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스쳐 가는 모든 그림자의 덧없음을 가만히 응시하는 명상이 잔잔히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