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한시 습작
步隨淸溪心使淸 맑은시내 따라걸어 마음따라 맑아지니
笻音自閒鳥不驚 막대소리 한가로와 산새도 안놀랜다
深入三昧恠岩坐 홀로 슬피우는여울은 가기어려 하더라
如訴哀願淺澗鳴
無常悲喜人間事 덧없는 인생이오 자취없는 안개로다
時生煙靄凌世情 죽음없이 살아야만 신선이라 하올거나
何必長生是仙客 그대여 홍진성돌아가기 부끄러워 하노라
愧君更還紅塵城
羽衣蹁躚蘇子眞 깃옷을 흩날리던 그날이 참이런가
自嘲仙鶴窺江濱 우습다 선학이여 강가를 더투는다
浩浩不關天如蒼 누누연 멍에에 매이나니 새론일도 없어라
累然求飼世無新
幾將功成凌雲霄 구름에 오르려다 땅에 도로 굽히나니
萬骨無爲埋陋塵 사람의 걸은자취 개미와 다름없다
衝斗無奈還跼蹐 하늘은 높이한결같아 사람불쌍 하여라
天長地久憫殺人
世樣小大頭如齊 세상에 별일적어 거기서 거갈만을
策驢散漫山路回 나귀를 건들거려 산길로 돌아오다
澗也淸冽樂啼鳥 산나물 맛절로좋으니 아내없다 어떠랴
菜惟淡香乏賢妻
就荒仙跡孤松存 신선을 찾아다녀 거문고를 만지나니
絶朋茅屋琴書携 시끄런일 다버림은 옛사람의 즐거움을
欣棄煩擾古人樂 높은데 뜻없이앉아 구름낮아 뵈더라
坐高心閑看雲低
最云緊密意有間 가깝다 사이에도 뜻서로 막혔나니
共酌花下虛對顔 일생을 대하여도 얼굴이 비칠뿐이
匣琴志彈洋流水 유수를 타는마음을 고산이라 하는고
彼心絃感巍高山
散雲飄忽過月急 구름은 번득바빠 달얼굴을 스쳐가고
落花飜揚入盃閒 나르는 꽃은 술잔에 한가롭다
心相違離苟如是 인심도 이렇듯어긋져 돌아올줄 없어라
鍾伯一去去無還
細雨活葉誇榮生 비젖은 잎사귀는 반득반득 빛이살고
輕風舞枝感天情 춤추는 가장이는 나붓나붓 절을한다
田潤不厭衣沾濕 입은옷 비맞아보자 꽃빛산뜻 하여라
山昏却喜花鮮明
潜思讀書儒拍案 [한글 시조 부분 누락]
不言稼穡福滿城
但願魚鰌開愁眉
繞繚渠溝任縱橫
春光別我花園林 이동산 숲사이에 꽃빛이 사라졌네
線陰無處艶香尋 지난봄 잃은향기 어디간다 만나보리오
流水渺然無歸約 거친산 금을갈무어 하염없어 하더라
空山索莫惜埋金
芳草萋萋佳人墓 청초욱은 무덤위에 눈물로 술부으니
憂勞紛紛逆旅心 한철 나그네라 인생이 덧없도다
去無返兮不如歸 불여귀 두견의 울음은 사람울려주는고
惟有杜鵑抱怨深
書室始聞疑鶯聲 홍도꽃 떨어지고 매화여람 뵈는도다
詩思恍惚憶古城 나비는 너울거려 울넘으로 날아가니
靑梅實見老樹枝 하늘끝 흰구름장은 가벼운듯 하여라
紅桃落花鷰舞庭
翩翩戱蝶過墻去 처음듣는 꾀꼬리소리 아닌가 의심될제
一望天際片雲輕 같이 걷던 옛성터를 마음홀로 찾아간다
與君共遊幾回春 지난해 얼마이런가 앞길아득 하여라
佳期莫展意不平
醒却似睡睡懶飜覆 깨인듯 졸음인듯 게을리 뒹구를제
新粧軟綠悅眼時 새로핀 푸른잎은 눈에들어 기쁜때라
風和啼聲薰似乳 끊일듯 옛날의생각은 실이은듯 하여라
記來故想絡如絲
有感花景念佳人 꽃철이 늦거워라 슬픈시를 외이놋다
自憐倦情誦哀詩 눈물에도 희망의 단맛이 숨겼나니
靑春紅涙涙猶甘 젊은날 애끊는애상에 잠겨본들 어떠리
更新希願且莫悲
過嶺斷雲起新愁 재넘는 저구름이 새근심 일으켜
漫步浴月登江樓 달밟고 걸음걸어 강다락에 오르도다
林間鳥啼美相喚 어디서 노래소리는 옛생각을 자아내는고
船有歌聲憶曾游
愁人盃上月長在 근심의 잔위에는 달길이 걸려있고
懷客眼前水自流 그리는손 눈앞에는 물절로 흐르도다
那信空憂將解悶 그대여 잊을길없는 생각을 어리석다 하는가
念子不獲但搔頭
花爛花中更尋香 잎새푸른 그늘아래 서늘함을 버리고서
葉蓁陰下未得凉 꽃란만 꽃가운데 향기다시 찾는구나
夢幻開悟睡己足 번득여 서로 너울거림은 즐거운 노릇인가
飜弄探穿樂未央
枝頭顯沒雲交輝 서로좇는 날개에는 햇빛도 얽히나니
輕翅追逐日爭光 사랑을 따르려든 거미줄이 무서우랴
可笑智慮自苦策 웃노라 사람의지혜란 괴로운 노릇인가
戱戀不怕蛛網張
輕着新鞋誇勁脚 가벼운 신들메로 굳센다리 자랑삼고
嘻嘻談樂顧相看 웃노란 말씀으로 진달래 꺾어갈제
手弄途畔躑躅花 저멀리 산날맹이외솔은 추위탄듯 하여라
遙看山顚孤松寒
松籟乍動風奏樂 솔바람 어울어져 풍류를 아뢰나니
心絃自鳴不勞彈 마음줄 절로울려 근심하마 잊을러라
今將洗去半憂思 뽐내여 연봉을타내리자 어려움이 있으랴
踏破連峯休說難
臥聞鶯聲非勝事 꾀꼬리 누워듣기 차마하지 못할일을
折柳挑興登鶯臺 버들꺾어 흥돋우며 이정자에 올라보니
前臨大野眼界濶 앞으로 바다에 터진들이 마음열어 주더라
遙望南海胸襟開
囀如天降魂追飛 부르는듯 네소리에 넋이따라 끊일러니
一線黃兒走出來 한을 누른줄기 네날아 나오도다
世心憂忡且暫離 예잠겨 근심을잊으리니 깨워무삼 하리오
說起歸路勿相催
落照悋情染西天 북새는 정을아껴 서녘하늘 물들인다
更約後會由何緣 만남을 언약하나 어느길로 이루오리
分袖天雲裂錦帛 같은꽃 사람다름을 한탄말게 하소서
拭淚江樹看霧煙
將恨人改新歲歲 찢기이는 옷같이 구름도 갈립니다
獨歎花似歸年年 나무도 눈물젖어 안개같이 보입니다
時候莫惜郵遞信 옛사람 기러기글기다림 본받지않게 하소서
昔人苦待鴈書傳
주석
한시 습작 박용철이 한문 칠언율시를 짓고 그 옆에 우리말 시조 가락으로 옮겨 적은 습작 묶음이다. 한문 원문과 한글 풀이가 한 줄씩 짝을 이룬다.
홍진성(紅塵城) 붉은 먼지가 이는 성, 곧 번잡한 속세를 이르는 한자어.
선학(仙鶴)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학. 속세를 떠난 초월의 상징.
고산유수(高山流水) 거문고의 명인 백아와 그 소리를 알아준 종자기의 고사. 본문의 '유수를 타는 마음을 고산이라', '종백' 구절은 지음(知音)을 알아주는 이가 떠나면 다시 오지 않음을 가리킨다.
불여귀(不如歸) 두견새의 다른 이름. 그 울음소리가 '돌아감만 못하다'로 들린다 하여 붙은 이름으로, 한과 귀향의 정서를 담는다.
무릉(武陵)·매화여람 무릉도원의 이상향과 봄의 매화를 끌어와 봄날의 정취를 그린 표현.
신들메 벗어지지 않도록 신을 발에 동여매는 끈.
심상·해설
맑은 시내와 외솔, 떨어지는 꽃과 두견의 울음 사이로 인생의 덧없음을 곱씹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장면이, 속세를 떠난 선비의 한가로움과 쓸쓸함을 함께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