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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의 밤
1920년대

안동현의 밤

김억 · 1920년대
안동현에 하얀 눈이 밤새도록 내립니다. 곱게도 오늘밤은 눈 위에 누워 잠자코 있습니다. 볼수록 캄캄한 밤은 볼수록 희여만 집니다. 안동현에 뽀얀 정(灯)불은 밤 깊도록 깜빡입니다. 쿨리[苦力]는 오늘밤도 눈 속에 쌓여 헤매고 있습니다. 볼수록 희미한 불은 볼수록 꺼질 듯만 합니다. 안동현에 소리 없이 내려붓는 눈, 안동현에 속도 없이 반득이는 불, 안동현에 볼수록 까매지는 밤, 내 맘에는 하염없이 눈물집니다.

주석

안동현(安東縣) 지금의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한 국경 도시로, 식민지기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가 뒤섞여 살던 곳이다.

정(灯)불 등불. '灯'은 '燈'의 약자.

쿨리[苦力] 쿨리(coolie). 근대 중국·동남아에서 막일을 하던 하층 노동자, 짐꾼을 이르던 말.

속도 없이 여기서는 '속절없이' 또는 '하염없이'에 가까운 뜻으로, 부질없이 깜빡인다는 어감이다.

심상·해설

국경 도시 안동현에 밤새 흰 눈이 쏟아지고, 꺼질 듯 깜빡이는 등불 아래 짐꾼이 눈 속을 헤매는 정경에 식민지 유랑민의 설움이 짙게 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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