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10년대
야행차 속
사투리는 매우 알아듣기 어렵다.
허지만 젓가락으로 밥을 날라가는 어색한 모양은,
그 까만 얼굴과 더불어 몹시 낯익다.
너는 내 방법으로 내어버린 벤또를 먹는구나.
“젓갈이나 걷어 가주올 게지……”
혀를 차는 네 늙은 아버지는
자리가 없어 일어선 채 부채질을 한다.
글쎄 옆에 앉은 점잔한 사람이 수건으로 코를 막는구나.
아직 멀었는가 추풍령(秋風嶺)은……
그믐밤이라 정거장 표말도 안 보인다.
답답워라 산인지 들인지 대체 지금 어디를 지나는지?
나으리들뿐이라, 누구한테 엄두를 내어
물을 수도 없구나.
다시 한 번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양복장이는 모를 말을 지저귄다.
아마 그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아나보다.
되놈의 땅으로 농사 가는 줄을 누가 모르나.
면소(面所)에서 준 표 지(紙)를 보지, 하도 지척도 안 뵈니까 그렇지!
차가 덜컹 소리를 치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필연코 어제 아이들이 돌멩이를 놓고 달아난 게다.
가뜩이나 무거운 짐에 너 그 사이다병은 집어넣어 무얼 할 때.
오호 착해라, 그래도 누이 시집갈 제 기름병을 할라고…….
노하지 마라 너의 아버지는 소 같구나.
빠가! 잠결에 기대인 늙은이의 머리를 밀쳐도,
엄마도 아빠도 말이 없고 허리만 굽히니……
오오, 물소리가 들린다 넓고 긴 낙동강에…….
대체 어디를 가야 이 밤이 샐까?
애들아, 서있는 네 다리가 얼마나 아프겠니?
차는 한창 강가를 달리는지,
물소리가 몹시 정다웁다.
필연코 고향의 강물은 이 꼴을 보고 노했을 게다.
주석
벤또 도시락을 뜻하는 일본어(弁当).
되놈의 땅 '되놈'은 만주족·중국인을 낮춰 부르던 말. 여기서는 일제 강점기에 살길을 찾아 만주로 이주하던 정황을 가리킨다.
빠가 '바보·멍청이'를 뜻하는 일본어 욕설(ばか, 馬鹿). 일본인 승객이 조선인 노인을 향해 내뱉은 말이다.
추풍령(秋風嶺) 충청북도와 경상북도 경계의 고개.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길목이다.
심상·해설
그믐밤 야간열차 안, 만주로 농사 떠나는 가난한 가족을 바라본다. 버린 도시락을 먹는 아이, 코 막는 신사, 말없이 허리만 굽히는 부모를 통해 식민지 유랑민의 비애가 차창 밖 낙동강 물소리와 함께 흐른다.
낭독 지시
Style: 어두운 밤기차의 덜컹임을 타듯 나직이 읊되, 가난한 가족을 바라보는 대목은 안쓰럽게, '빠가' 대목은 분이 서린 어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