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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조화
1920년대

서러운 조화

이상화 · 1920년대
이른 봄 말없는 하늘은 한숨을 지어 보아도 낮은 천정(天井)과 같이 가위만 눌린다. 낮고도 높은 그 하늘로 솔개 한 마리가 제비가 되어 「서울 장안」 위에서 저문 쇠북을 치고 떠돌아다니니 비웃는 듯 세상을 조상(弔喪)하는가 보다 이른 봄 힘없는 이 땅은 발버둥을 쳐 보아도 죽은 무덤과 같이 가위만 눌린다.

주석

가위 눌린다 잠결에 무서운 꿈에 짓눌려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 답답하게 짓눌린 시대의 분위기를 비유한다.

쇠북 쇠로 만든 북, 곧 종(鐘)을 이르는 옛말. '저문 쇠북'은 저녁 종소리를 뜻한다.

조상(弔喪) 남의 죽음을 슬퍼하고 위로함. 솔개가 세상의 죽음을 조문하듯 운다는 뜻이다.

서울 장안 서울 도성 안. 일제 치하의 수도를 가리키며 억눌린 현실의 공간을 상징한다.

심상·해설

이른 봄, 낮은 천장처럼 짓눌린 하늘 아래 솔개 한 마리가 저문 종을 치듯 서울 장안을 맴돌며 운다. 발버둥 쳐도 무덤처럼 가위눌린 이 땅의 무거운 비애가 봄 하늘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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