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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기대
1920년대

먼 기대

이상화 · 1920년대
내 아는 젊은 가슴 모두 들쩟다 그 위에 야윈 손만 지랄을 친다. 깍두기 같은 마음에다 눈물을 쏟았어 병 지난 혀나 반가워할 열무김치가 되었다. 간맛을 돌리려 내민 손들이 아직도 희구나 소금도 쥐기 전에 바람결이 추워 떤다. 곰팡 슬을 봄철이 오곤 말 텐데 싱거운 이따위로야 먹성 좋을 저 여름까지 자라겠다 꿈인들 꿔보랴. 내 사는 젊은 때가 너무 추운 탓인가 오늘 김장할 손은 코조차 못 봤다.

주석

들쩟다 '들쑤셔지다, 들고일어나다'의 뜻으로 읽히는 옛 표현. 젊은 가슴들이 모두 휘저어져 동요함을 가리킨다.

지랄을 친다 미친 듯이 마구 날뛰며 발버둥치는 모양을 거칠게 이른 말.

병지난 혀 병을 앓고 난 뒤의 혀. 입맛을 잃어 자극적이고 새콤한 것만 당기는 상태를 가리킨다.

코조차 못봤다 '코빼기도 못 봤다'와 같은 뜻으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음을 이르는 관용 표현.

심상·해설

젊은 가슴마다 눈물을 쏟아도 설익고 싱거운 열무김치처럼 결실 없는 처지. 소금도 쥐기 전에 추위에 떠는 손들과, 끝내 오지 않는 김장 일손이 절망적인 시대의 한기를 음식의 비유로 쓸쓸히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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