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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탄
1920년대

영탄

김동환 · 1920년대
―만세전(萬歲前)(염상섭)에서― 김천형님(金泉兄任). 김의관(金議官)이 ‘차지(差支)’라고 하더라. 흰 옷에 딸깍나무신 끄는 격(格)으로, 하하하 하하하, 입살맛은 다 같아요! 을라(乙羅)나 정자양(靜子樣)이나 다, 그러니 그러는 게지요. 아무튼 인바네스를 피(避)하는 이나, 천대를 받으며 상투를 그냥 두는 이나, 오십보(五十步) 백보(百步)인가 봅데다그려. × ―피는 물보다 더 거느니 흰옷의 정령(精靈)이 무지개 사라지듯이 차츰 사라지는데!

주석

만세전(萬歲前) 염상섭의 중편소설(1922~1924). 3·1운동(만세) 직전, 일제 치하 조선의 암담한 현실을 일본 유학생 '이인화'의 귀국길을 통해 그린 작품. '무덤 같은 조선'이라는 인식이 담겼다.

차지(差支) '지장이 있다, 거리낌이 있다'는 뜻의 일본어 한자어(사시쓰카에, さしつかえ). 당시 지식인의 일본어 섞인 말투를 드러낸다.

인바네스(inverness) 소매 대신 망토가 달린 남성용 외투. 개화기·일제강점기 신식 차림의 상징이다.

을라(乙羅)·정자양(靜子樣) 소설 「만세전」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 '정자(시즈코)'는 일본식 이름에 존칭 '양(樣, 사마)'을 붙인 것으로, 일본화한 세태를 보여 준다.

딸깍나무신 딸깍딸깍 소리가 나는 나막신. 일본식 게다(下駄)를 빗댄 표현.

흰옷의 정령(精靈) 흰옷 입은 우리 민족의 혼·정신. 그것이 무지개처럼 차츰 사라져 감을 한탄한다.

심상·해설

신식 외투를 입든 상투를 틀든 오십보백보로 일본화해 가는 세태를 비웃다가, 흰옷 입은 민족의 넋이 무지개처럼 스러져 감을 탄식하는, 식민지 현실에 대한 쓸쓸한 자조의 정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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