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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촌의 밤
1920년대

빈촌의 밤

이상화 · 1920년대
봉창 구멍으로 나른하여 조으노라 깜짝이는 호롱불- 햇빛을 꺼리는 늙은 눈알처럼 세상 밖에서 앓는다, 앓는다. 아, 나의 마음은, 사람이란 이렇게도, 광명(光明)을 그리는가- 담조차 못 가진 거적문 앞에를, 이르러 들으니, 울음이, 돌더라. -『둔찬(遁竄)의 선물』 가운데서-

주석

봉창 벽을 뚫어 작게 낸 창. 가난한 초가의 어둑한 방을 상징한다.

호롱불 기름을 담은 호롱에 심지를 꽂아 켜는 등불. 가난한 살림의 희미한 빛이다.

거적문 거적(짚으로 엮은 자리)을 매달아 문 대신 쓴 것. 담조차 없는 극빈한 집을 나타낸다.

둔찬(遁竄) 세상을 피해 숨어 달아남. 이 시가 실린 글 묶음의 제목으로 도피·은둔의 정서를 담는다.

심상·해설

봉창으로 새어 나오는 호롱불이 늙은 눈알처럼 깜박이며 세상 밖에서 앓는다. 담도 없이 거적문만 매단 가난한 집 앞에 다다르니, 낮은 울음소리가 어둠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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