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비극의 서곡
여보세요, 어찌 나를 꽉 껴안았느냐고 말씀입니까?
내가 그대를 꽉 껴안기는 미(美) 때문이었습니다,
(그대의 그 미를 빼앗고 싶었습니다)
만은 그 미는 도망가고 그대의 육체만 남았습니다.
여보세요, 어찌 내 얼굴을 뚫어지도록 보느냐고 말씀입니까?
내가 그대의 얼굴을 뚫어지도록 보기는 미소 때문이었습니다,
(그대의 그 미소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만은 그 미소는 쓰러지고 그대의 입술만 남았습니다.
여보세요, 어찌 내 잠을 깨웠느냐고 말씀입니까?
내가 그대의 잠을 깨우기는 꿈 때문이었습니다.
(그대의 그 꿈을 빼앗고 싶었습니다)
만은 그 꿈은 간 곳 없고 그대의 잠만 깨었습니다.
여보세요, 어찌 탐스럽게 나를 보느냐고 말씀입니까?
내가 도적이 아닌 것은 알지요, 만은
탐나는 것이 하나 있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제발, 내게다 그대의 맘을 부내에 넣어 내어주십시오.
주석
부내에 '부디'의 옛 표기 내지 변형으로 보인다. '제발, 꼭'의 뜻으로 간절한 청을 나타낸다.
심상·해설
껴안고 응시하고 잠을 깨우며 상대의 아름다움과 미소와 꿈을 가지려 하지만 정작 손에는 육체와 입술만 남는,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갈망과 그 비극적 예감이 강렬하게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