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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범
1920년대

방화범

김동환 · 1920년대
그 여자(女子)가 가만히 와서는 가슴에 불을 지르고 달아납데다. 눈보라 불어 추워 떨 때에도 그이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도망(逃亡)합데다. 아무리 땀 배는 유월(六月) 볕에라도 그이가 지나간 뒤는 석탄(石炭)불이 붙어집데다. 그러면 나는 혼자서 밤새도록 눈물로 불을 끕니다. 이번이나 이번이나 하고서 그를 잡으러 파수(把守) 보노라면, 어느 틈에 벌써 꿈속에 달려들어 온몸에 불을 달아놓고는 혼(魂)까지 깡그리 도적하여 갑데다. 아하, 날마다 저녁마다 달려들어 못 살게 구는 방화범(放火犯)이어!

주석

방화범(放火犯) 불을 지르는 범인. 여기서는 가슴에 사랑의 불길을 질러 놓고 달아나는 임을 빗댄 표현이다.

파수(把守) 보다 망을 보다, 지키며 살피다.

심상·해설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가슴에 불을 질러 놓고 달아나는 임 때문에, 밤마다 홀로 눈물로 그 불을 끄며 잠 못 드는 애타는 사랑의 정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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