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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러디스
1930년대

메러디스

박용철 · 1930년대
사랑하는 이 가슴속에 사랑은 서녘 하늘 장경성같이 탄다 해의 타고 남은 재 위에서 그 날과 그 밤이 다 지나도록. 새벽이 저의 수레 몰아올 제는 보라! 저는 빛난 샛별 되는구나 사랑아! 네 사랑이 내 위에 쏟아짐이 포도 넌출 위에 햇빛 같고 골짜기에 눈 녹은 물 내림 같고 높이 단 돛에 바닷바람 같다. 새 입에서 흐르는 노래같이 내 입술 위에 네 이름 안 떠나노나 장미꽃 위에 이슬방울같이 네 맘속에서 내 정열은 빛나고 종달새 하늘로 치달음같이 나는 네 가슴으로 날아닫노나 바다에서 온 소라 자개같이 나는 언제나 너를 노래 부르리라. 나의 사랑 G • 메러디스 다람쥐같이 수줍고 제비같이 날래어 강물에 비치인 제 날개에 마주치려 재주넘어 물 차는 제비같이 날래어 날 때보다 머무를 때 저는 더 날래 보이나니. 솔나무 끝에 뛰어다니는 다람쥐같이 수줍어. 해 질 때 공중에 나는 제비같이 날래어. 내가 사랑하는 저는 이겨 잡기 어려워라. 어려워, 아, 그러나 저를 잡는 날의 그 영광이여! 해돋이에 한숨 쉬며 어린아기같이 빛을 찾아, 꿈에서 풀려온 눈 창으로 돌리는 때, 저는 고아 보인다 흐르는 물가의 그윽한 곳에 피어나온 한 송이 수련화 흰 꽃같이. 오월 나뭇가지같이 고운 제가 목에서 발목까지 잠옷 늘여 입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때, 저는 고아 보인다 뒤란에 높이 자란 백합화 밤에서 갓 깨어나 낮을 맞아 찬란함같이. 이슬의 어머니 검은 눈썹 드린 새벽, 골짜기 위의 언덕에 눈 내리깔은 새벽, 너의 가슴 안에 나르는 『이슬 반긴』 종달새 노래 이슬방울이 내는 목소리인 듯 맑은 그 노래. 빨간 장미빛 빛 잃은 별을 마시는 곳에 숨어, 그는 분수의 물보라 함뿍 쏟아 풍긴다. 듣고 싶은 내 사랑의 웃음소리, 나는 바란다 제가 언제나 새벽의 이슬같이 꽃 위에 종달이같이 시원하기를. (이것은 메러디스의 Love In The Valley의 연작 중 제2 제9 제10장이다) 『골안의 사랑』에서 G • 메러디스 저 건너 푸른 풀밭에 따로 선 비취나무 아래 저의 금빛 머리를 팔로 괴이고 저는 누웠네 무릎은 흩어지고 머리칼은 무료히 흔들리며 나의 젊은 사랑이 나무 그늘에서 자고 있네 내가 제의 몸 아래로 한 팔을 밀어 넣어서 저의 허리 가만히 껴안으며 벌린 입술에 입 맞추면 놀라 깨어 저는 나를 안고야 말리 그리고는 나를 붙들고 못 가게 하려나? ○ G • 메러디스 우리는 공중에 모여드는 제비를 보았다 채버들 덮인 섬에 저의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여름의 즐거움을 부러 돌아다볼 것도 없고 빛나는 색깔의 여름을 내어다볼 것도 없었다 다만 해 으름 대지의 장엄 가운데 우리가 나란히 서 걸어갈 제 우리 영은 커졌다 저의 남편 되고 나의 색시 되던 그때. 인류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간 사랑이 우리의 가난한 때를 이리 축복하다니! 해의 순례자(제비)는 떼 지어 지껄임에 대단 소리 높아졌다 그때에 아주 충충한 구름장이 서쪽에서 와서 빛 여윈 피같이 우리 붉은 구름까지 퍼졌다 우리에게서 불멸의 여러 것을 빼앗아간 사랑이 이 조그만 순간을 자비롭게도 주었다 이제까지도 나는 으슴푸레한 물결 새로 백조가 새끼를 그 날개 밑에 안고 감을 본다.

주석

메러디스 영국 시인이자 소설가 조지 메러디스(George Meredith). 연작시 'Love in the Valley(골짜기의 사랑)'로 유명하다. 박용철이 그 일부와 다른 사랑 시를 옮겼다.

장경성·개밥바라기·샛별 모두 금성을 가리키는 옛 이름. 저녁에 서쪽에 보일 때는 개밥바라기(장경성), 새벽에 동쪽에 보일 때는 샛별이라 한다. 사랑이 저녁별로 탔다가 새벽별로 다시 빛난다는 비유.

골안(골짜기)의 사랑 메러디스의 연작시 'Love in the Valley'의 제목을 옮긴 것. 풀밭에서 잠든 연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사랑 노래다.

해의 순례자 철 따라 먼 길을 오가는 제비를 '태양의 순례자'에 빗댄 표현.

비취나무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연인이 그 그늘 아래 누워 있다.

심상·해설

저녁별로 탔다 새벽 샛별로 되살아나는 사랑처럼, 풀밭 나무 그늘에 금빛 머리를 괴고 잠든 연인과 이슬 머금은 새벽의 종달새 노래가, 가난한 한때마저 축복으로 빛나게 하는 충만한 사랑의 정경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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