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나는 네 것 아니라
나는 네것 아니라 네가운데 안사라졌다
안사라졌다 나는 참말 바라지마는
한낮에켜진 초ㅅ불이 사라짐같이
바다물에 듣는 눈ㅅ발이 사라짐같이,
나는 너를 사랑는다, 내눈에는 네가아즉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으로 비쵠다
너의 아름답고 빛남이 뵈인다
그러나 나는 나, 마음은 바라지마는─
비ㅅ속에 사라지는 빛같이 사라지기.
오 나를 깊은 사랑 속에 내어던지라
나의 감각을 뽑아 귀어둡고 눈멀게하여라
너의 사랑이 폭풍우에 휩쓸리여
몰리는 바람앞에 가느단 초ㅅ불같이.
주석
안 사라졌다 여기서는 '(네 안에) 빠져 사라지지(녹아 없어지지) 못했다'는 뜻. 사랑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내던져 임에게 녹아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미국 시인 사라 티즈데일의 'I Am Not Yours'를 박용철이 옮긴 번역시이다.
듣는 눈발 '듣다'는 액체나 눈 따위가 방울져 떨어지다의 옛말. 바닷물 위로 떨어지는 눈발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한낮의 촛불이나 바다에 닿아 녹는 눈발처럼 임에게 온전히 사라져 들고 싶으면서도 끝내 '나'로 남는 자아를, 폭풍우 앞 가느다란 촛불에 빗댄 격정적인 사랑의 토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