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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웰
1930년대

로웰

박용철 · 1930년대
말해보아라 비너스가 너보다 더 예뻤다더냐 제가 자개로 배를 타고 언덕으로 밀려오며, 굼틀리는 물결 위에 둥실 떠올랐을 제? 보티첼리의 얽어보던 그림인들 내 해보다 더 고왔다더냐? 그의 그림 속에 귀한 부인 꾸며놓은 장미 송이인들 너무 갸륵한 너의 아름다움을 흐릿한 얇은 은의 포장으로인 듯 가리켜 너의 몸가에 불어보낸 나의 말씀보다 더 나았다더냐? 나를 위해 너는 푸르게 떠오르는 공기 속에 빛난 바람에 휘감기어 햇빛을 「발에」 밟으며 몸을 사리고 서 있구나. 네 앞에 물결은 네 발아래 모래에 와 잔물결 이루는구나. 왕관 A • 로웰 너는 네 마음의 포도주같이 붉은 빛난 장미 가지고 내게로 와 그 꽃으로 꽃테를 들어올려 나를 세상에서 따로 떼어 네 사랑 내 머리에 붉은 자유관을 씌워 나는 세상 떠나 환한 광채 머리에 이고 걸었다 거기 싸이고 붙들리어 나는 이를 썼다 내가 네게 보내는 자랑의 표적. 꽃잎들은 빛도 바래고 시들어져 떨어지고 가시만 내밀었다 나를 너의 사랑이라 부르는 괴론 가시 괴로움으로 꾸며 만든 왕관 사의 A • 로웰 너의 앞치마 널리 펴들어라, 나의 선물 거기 마음껏 쏟으리니 마침내는 너의 두 팔이 그것을 붙들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어려우리라. 나는 네 위에 그것을 퍼부으련다, 그래 너를 덮으련다, 내 마음의 간절한 소원은 네게 무엇을 주려 한다― 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내 마음의 끝간 사랑아!

주석

로웰 미국 이미지즘 시인 에이미 로웰(Amy Lowell). 선명한 이미지와 자유로운 형식의 시로 알려졌다. 박용철이 그의 여러 사랑 시를 옮겼다.

비너스 로마 신화의 사랑과 미의 여신. 바다 거품에서 조개(자개)를 타고 태어났다는 탄생 신화를 가리키며, 첫 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림을 배경으로 한다.

보티첼리(Botticelli)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화가.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에서 조개를 타고 바다에서 태어나는 비너스를 그렸다.

자유관(自由冠) 장미로 엮어 머리에 씌운 화관을 가리킨다. 사랑이 씌워준 이 붉은 관이 나중에는 가시만 남은 괴로움의 왕관으로 변한다.

심상·해설

조개를 타고 바다 거품에서 솟는 비너스보다 아름다운 연인을 향한 찬미와, 사랑이 씌워준 붉은 장미 화관이 끝내 가시만 남은 괴로움의 왕관으로 변하는 모습이 강렬한 이미지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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