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달 (2)
오늘 밤에도
고요히 외롭게도
같은 길을 걸어 올라오는
달이여.
둥글고 넓은 하늘에는
그대의 걸음이 몇 번이던고!
핼금하게도 역증난
그대의 얼굴에는
(보아라, 아직도 오히려)
권태(倦怠)의 미소가 떠돌고 있어라.
주석
핼금하게 핼쑥하게, 핏기 없이 파리한 모양.
역증난 역정 난, 진저리 나고 싫증 난. '역증(逆症)'은 역정·싫증.
권태(倦怠) 게으름과 싫증, 같은 일이 되풀이되어 생기는 지루함.
심상·해설
밤마다 똑같은 길을 홀로 걸어 올라오는 달을, 싫증 나고 핼쑥한 얼굴에 권태의 미소를 띤 존재로 그린다. 반복되는 운행에 지친 달의 모습에 시인 자신의 권태와 고독이 투영된다.